9월 물가는 2.9% 올랐습니다. 2.8%도 올랐습니다. 2.7%도 올랐고, 2.5%도 올랐습니다. 그리고 3.3% 내렸습니다.
다섯 숫자가 전부 같은 달, 같은 발표문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섯 숫자가 전부 맞습니다.
결론부터
물가 숫자가 여러 개인 것은 통계가 흔들려서가 아닙니다. 각 숫자가 세지 않기로 한 품목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물가 기사를 읽을 때 먼저 확인할 것은 숫자의 크기가 아닙니다. 그 숫자가 무엇을 빼고 센 값인가입니다.
물가 숫자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다
소비자물가지수는 458개 품목으로 만듭니다. 가구 월평균 소비지출액의 1만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품목들입니다. 이 458개를 그대로 다 센 것이 흔히 말하는 물가, 총지수입니다. 9월에 2.9%였습니다.
여기서 다른 숫자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뿐입니다.
빼는 방법. 458개에서 특정 품목을 덜어냅니다. 이렇게 만든 것이 근원물가입니다. 날씨나 국제유가처럼 밖에서 들어온 충격을 걷어내고 바탕 흐름만 보려는 목적입니다.
고르는 방법. 458개에서 필요한 것만 골라 담습니다. 자주 사는 품목 144개를 골라 담은 것이 생활물가지수, 계절에 따라 값이 크게 뛰는 품목 55개를 골라 담은 것이 신선식품지수입니다.
그런데 근원물가는 하나가 아니다. 두 개다
여기가 기사를 읽다가 막히는 자리입니다.
어떤 기사는 9월 근원물가가 2.8%라고 씁니다. 어떤 기사는 2.7%라고 씁니다. 둘 다 오보가 아닙니다. 한국의 공식 통계에는 근원물가지수가 두 종류 있습니다.
하나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입니다. OECD 기준이고, 전 세계를 같은 잣대로 비교하기 위한 국제 표준입니다. 9월에 2.8%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입니다. 1990년대에 한국 사정을 반영해 만든 쪽입니다. 9월에 2.7%였습니다.
| 지표 | 9월 전년 동월비 | 만드는 방법 |
|---|---|---|
| 소비자물가지수(총지수) · 458개 품목 | +2.9% | 빼지 않는다 |
|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OECD 기준 근원) | +2.8% | 뺀다 |
|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한국 기준 근원) | +2.7% | 뺀다 |
| 생활물가지수 · 144개 품목 | +2.5% | 고른다 |
| 신선식품지수 · 55개 품목 | −3.3% | 고른다 |
이름이 말하지 않는 것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본론입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라는 이름을 읽으면, 농산물을 빼고 석유류를 뺐다고 이해하게 됩니다. 그런데 공식 정의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곡물 제외 농산물, 도시가스, 석유류 관련 품목을 제외하고 작성한 지수.”
세 군데가 이름과 다릅니다.
첫째, 곡물은 빼지 않습니다. 쌀값은 이 ‘근원물가’ 안에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농산물을 다 뺀 것이 아닙니다.
둘째, 도시가스가 빠집니다. 이름 어디에도 없는데 빠집니다.
셋째, 제외 목록에 전기료는 없습니다. 공식 정의가 제외 대상으로 적은 것은 위 세 묶음뿐입니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이 지수는 올라갑니다. 반면 OECD 기준 쪽은 에너지를 통째로 빼므로 전기료도 빠집니다.
| 품목 |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 |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 |
|---|---|---|
| 쌀 등 곡물 | 포함 | 제외 |
| 채소·과일 | 제외 | 제외 |
| 축산물·수산물 | 포함 | 제외 |
| 가공식품(라면·과자 등) | 포함 | 제외 |
| 휘발유·경유·등유 | 제외 | 제외 |
| 도시가스 | 제외 | 제외 |
| 전기료 | 포함 | 제외 |
같은 ‘근원물가’라는 이름을 쓰는 두 지수가, 쌀과 라면과 전기요금에서 갈립니다. 숫자가 0.1%포인트 차이 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확인할 것 3가지
1. 기사의 “근원물가”가 어느 쪽인지 숫자로 역추적한다. 9월 기준으로 2.8%라고 적혀 있으면 OECD 기준, 2.7%라고 적혀 있으면 한국 기준입니다. 많은 기사가 지수 이름을 생략하고 “근원물가”라고만 씁니다.
2. 전월과 비교할 때 같은 지수끼리 비교한다. 8월 근원물가 3.4%와 9월 2.8%를 나란히 놓으면 크게 내려간 것처럼 보입니다. 둘 다 OECD 기준이므로 비교 자체는 맞습니다. 다만 8월 숫자에는 통신 요금 쪽 기저효과가 끼어 있었다는 점을 같이 봐야 합니다.
3. 체감을 보려면 근원물가가 아니다. 근원물가는 체감을 재는 지표가 아니라 바탕 흐름을 재는 지표입니다. 애초에 자주 사는 먹거리와 기름값을 빼고 만든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체감 쪽에 가까운 공식 지표는 생활물가지수(9월 2.5%)입니다.
이 읽기가 안 맞는 경우
기저효과가 끼어 있는 달. 전년 동월비는 작년 같은 달이 기준점입니다. 작년에 일시적으로 값이 내려간 품목이 있으면 올해 숫자가 과장됩니다. 이 구조는 9월 물가 발표를 비교 기준으로 쪼개 본 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한 달 숫자로 추세를 말할 때. 근원물가의 존재 이유는 기조를 보는 것입니다. 기조는 한 점이 아니라 선입니다. 한 달치 숫자 하나로 “바탕 물가가 꺾였다”고 말하는 것은 지표의 목적과 어긋납니다.
지수가 빼는 것은 품목이지 원인이 아니라는 점. 이것이 가장 자주 놓치는 자리입니다. 석유류를 뺀 지수가 올랐다고 해서 그 상승분에 기름값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기름값은 운송비와 외식비와 가공식품 원가를 타고 다른 품목 안으로 들어갑니다. 제외 목록은 품목 이름의 목록일 뿐, 영향의 목록이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근원물가가 총지수보다 낮으면 물가가 안정된 건가요?
아닙니다. 두 숫자의 차이는 ‘제외한 품목이 전체보다 더 많이 올랐다’는 뜻일 뿐입니다. 9월에는 석유류가 14.8% 올랐으므로, 석유류를 뺀 숫자가 더 낮게 나오는 것이 당연합니다. 안정 여부는 두 숫자의 높낮이가 아니라 각각의 추세로 봅니다.
Q. 근원물가가 왜 두 개나 필요한가요?
목적이 다릅니다. 국제 비교에는 같은 잣대가 필요하니 OECD 기준을 씁니다. 반면 농산물 비중이나 에너지 소비 구조는 나라마다 다르므로, 국내 흐름을 보는 데는 한국 사정을 반영한 쪽이 쓰입니다. 어느 쪽이 더 정확한 지표인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Q. 그러면 어느 숫자를 봐야 하나요?
보려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갈립니다. 금리 방향의 바탕을 보려면 근원물가, 가계 체감에 가까운 것은 생활물가지수, 내 업종 원가는 해당 품목의 전년 동월비입니다. 하나만 고르기 어렵다면, 적어도 그 숫자가 무엇을 빼고 센 값인지는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마지막으로
2026년 9월 기준으로 두 근원물가는 2.8%와 2.7%였습니다. 한국은행은 10월 2일 물가 상황 설명에서 “근원물가를 중심으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0월 상승률도 3% 내외를 전망했습니다.
그 말을 정확히 읽으려면, 그 ‘근원물가’가 쌀은 세고 라면은 세지 않는 숫자인지, 아니면 둘 다 세지 않는 숫자인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물가 기사를 읽을 때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얼마나 올랐나”가 아닙니다. “무엇을 세지 않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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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s
사실
·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지수 공식 사이트 「지수의 분류 및 종류」 —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 “식료품 및 에너지 관련 품목을 제외하고 작성한 지수”(OECD 기준).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 “곡물 제외 농산물, 도시가스, 석유류 관련 품목을 제외하고 작성한 지수”. 생활물가지수: “소비자의 구입빈도 및 지출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품목으로 작성한 지수”(2020년 기준 144개 품목). 신선식품지수: “신선어류나 조개류·채소·과실 등 기상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품목으로 작성한 지수”(2020년 기준 55개 품목).
· 소비자물가지수 대상 품목 수 458개 —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지수 공식 사이트 설명자료(“가구의 월평균소비지출액의 1/10,000 이상인 458개 품목”).
· 2026년 9월 소비자물가동향(2026-10-02 발표): 총지수 전년 동월비 +2.9%,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2.8%,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2.7%, 생활물가지수 +2.5%, 신선식품지수 −3.3%, 석유류 +14.8%(경유 20.0% · 휘발유 11.8% · 등유 19.5%). 8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3.4%. ※발표 수치는 복수 보도에서 동일하게 확인했으며, 지수 이름별 구분까지 함께 적은 보도를 기준으로 삼았다.
· 한국은행 10월 2일 물가 상황 설명 —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 내외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 “근원물가를 중심으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수 언론 보도가 동일한 문장을 인용했으나 한국은행 원문은 열람하지 못했다.
해석
·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가 1990년대 한국의 소비 구조를 반영해 만들어졌다는 설명, 그리고 전기료가 두 지수에서 갈린다는 정리는 공식 제외 목록의 문면을 근거로 한 것이다. 공식 정의가 제외 대상으로 적은 것은 “곡물 제외 농산물, 도시가스, 석유류 관련 품목” 세 묶음뿐이다.
· “제외 목록은 품목의 목록일 뿐 영향의 목록이 아니다”는 이 글의 해석이다. 기름값이 다른 품목 안으로 전이되는 경로와 시차는 품목별로 다르다.
불확실
· 두 근원물가지수의 품목 수와 가중치는 공식 설명에 수치로 제시되지 않아 쓰지 않았다.
· 생활물가지수의 작성 개시 시점은 공식 자료 안에서도 설명이 갈려(1995년 작성 / 1998년 4월 발표) 본문에 쓰지 않았다.
· 9월 근원물가가 “2023년 12월 이후 최고”라는 평가는 월별 시계열 원자료를 직접 대조하지 못해 본문에 쓰지 않았다.
· 물가 지표의 품목 구성과 가중치는 5년마다 개편되므로 품목 수는 기준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개별 판단은 국가데이터처 공표 자료 원문 확인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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