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와 D/A·D/P는 무엇이 다른가 — 서류를 무엇과 바꾸는가의 차이 (2026)

서류는 완벽했다.

선하증권, 인보이스, 포장명세서. 지난 건과 글자 하나 다르지 않았다. 담당자는 은행 창구에 서류를 넣고 돌아왔다.

지난 건은 사흘 뒤에 입금됐다. 이번 건은 두 달이 지나도 입금되지 않았다.

서류가 틀린 게 아니었다. 결제조건이 달랐다.

결론부터 — 세 조건은 ‘담보의 세기’가 아니라 ‘교환 대상’이 다르다

L/C와 D/P, D/A는 안전한 순서대로 줄 세운 세 등급이 아니다. 우리 서류를 무엇과 바꾸는지가 다른, 세 가지 다른 거래다.

  • L/C — 서류를 은행의 확약과 바꾼다.
  • D/P — 서류를 돈과 바꾼다.
  • D/A — 서류를 약속과 바꾼다.

여기서 누가 우리를 거절할 수 있는지가 갈린다.

① L/C — 은행은 개설한 순간 묶인다

ICC 신용장통일규칙(UCP 600) 제2조는 신용장을 이렇게 정의한다. 취소불능이며, 그에 따라 개설은행이 일치하는 제시를 결제하겠다는 확정적 확약(definite undertaking)을 구성하는 모든 약정.

제7조 b항은 더 분명하다. 개설은행은 신용장을 개설한 때부터 취소불능으로 결제 의무를 진다.

개설한 때다. 선적한 때도 아니다. 수입자가 마음을 바꿔도 은행은 이미 묶여 있다. 제4조 a항이 이유를 적는다. 신용장은 바탕이 된 매매계약과 별개의 거래이고, 은행은 그 계약에 구속되지 않는다.

대신 은행은 서류를 본다. 제14조 a항은 은행이 서류만을 근거로 일치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고 정한다. 하자가 있으면 제16조 a항에 따라 결제를 거절할 수 있다.

그래서 L/C에서 우리를 거절할 수 있는 것은 은행이다. 그리고 거꾸로, 하자가 없으면 은행은 거절할 수 없다.

② 추심에서 은행은 서류를 ‘세기만’ 한다

D/P와 D/A는 신용장이 아니다. 적용되는 규칙 자체가 다르다. ICC 추심통일규칙(URC 522)이 적용되는 추심이다.

제2조 a항은 추심을 “은행이 서류를 취급(handling)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취급이다. 확약이 아니다.

차이가 벌어지는 자리는 제12조 a항이다. 은행은 받은 서류가 추심지시서에 적힌 목록과 같아 보이는지만 확인하면 되고, “이 점에 관하여 더 이상의 의무를 지지 않는다.”

통수를 센다. 내용은 보지 않는다. 제13조는 더 멀리 간다. 서류의 형식, 충분성, 정확성, 진정성, 위조, 법적 효력에 대해 은행은 책임지지 않는다.

심사받을 일이 없으니 하자로 거절당할 일도 없다. 대신 수입자가 돈을 내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다.

L/C에서 우리를 거절하는 것은 은행이고, 추심에서 우리를 거절하는 것은 사람이다.

③ D/A의 ‘인수’는 지급이 아니다

D/A는 Documents against Acceptance다. 서류를 인수와 바꾼다.

인수는 어음에 “만기에 내겠다”고 적는 행위다. 이 순간 돈은 움직이지 않는다.

UCP 600 제2조의 ‘결제(honour)’ 정의도 이 둘을 나눠 적는다. 환어음을 인수하는 것과 만기에 지급하는 것이 각각 적혀 있다. 규칙이 두 동작으로 센다는 뜻이다.

그래서 D/A에서 서류가 풀린 날은 돈을 받은 날이 아니다. 화물은 넘어갔고, 우리 손에 남은 것은 종이 한 장이다.

④ 가장 비싼 조합 — 기한부 어음에 D/P를 붙이는 것

URC 522 제7조는 드물게 ‘하지 말라’고 먼저 적는다. a항은 이렇게 말한다. 추심에는 장래 지급일의 환어음을 상업서류가 지급과 상환으로 인도된다는 지시와 함께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

왜 금지하는지는 c항이 결과로 적어 둔다. 그 조합이 들어오면 서류는 그 지급이 있을 때까지만 인도되고, 추심은행은 서류 인도 지연으로 생긴 어떤 결과에도 책임지지 않는다.

장면으로 옮기면 이렇다. 90일 후 지급 어음을 보냈는데 지시서에는 D/P로 적혀 있다. 수입자는 90일 뒤까지 돈을 낼 의무가 없다. 서류는 은행에 있다. 서류가 없으면 화물을 못 꺼낸다. 화물은 항구에 앉아 있고, 보관료와 체화료는 하루 단위로 쌓인다.

아무도 규칙을 어기지 않았다. 지시서에 두 줄을 각각 적었을 뿐이다.

제7조는 빈칸의 기본값도 정해 둔다. 기한부 어음인데 D/A인지 D/P인지 적지 않으면, 상업서류는 지급과만 상환된다.

빈칸은 비어 있지 않다. 빈칸은 D/P다.

⑤ 그래서 우리 결제조건을 정하는 문서는 계약서가 아니다

계약서에 ‘D/A 90 days’라고 적었어도, 은행 창구에서 읽히는 문서는 계약서가 아니다.

URC 522 제4조 a항은 추심으로 보내는 모든 서류에 추심지시서가 첨부되어야 한다고 정한다. 그리고 은행은 그 지시서를 준 당사자 외의 지시를 무시한다.

우리 회사의 결제조건은 계약서에 적힌 문장이 아니라, 은행 창구에 들어간 한 장에 적힌 문장이다.

한 장으로 보는 비교

구분 L/C (신용장) D/P D/A
적용 규칙 UCP 600 URC 522 URC 522
서류와 바뀌는 것 은행의 확약 돈 인수(지급 약속)
은행의 지급 의무 있음 (개설 시점부터) 없음 없음
은행의 서류 심사 심사함 (제14조 a항) 목록 대조만 (제12조 a항) 목록 대조만
우리를 거절하는 주체 은행 (서류 하자) 수입자 수입자
화물이 넘어가는 시점 서류 인도 시 지급과 동시 인수 시 (지급 전)
미회수 위험의 자리 개설은행의 신용 수입자의 지급 의사 수입자의 만기 지급 능력

표의 마지막 줄이 핵심이다.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리를 옮길 뿐이다. L/C는 위험을 은행으로 옮기고, D/P는 수입자의 의사에 둔다. D/A는 거기에 시간을 더한다.

실무 체크 — 결제조건이 바뀌면 같이 봐야 하는 것들

자주 묻는 것

Q. D/A가 D/P보다 위험하다고들 하는데, 맞나.
회수 시점만 보면 그렇다. D/A는 서류가 먼저 넘어가고 돈은 만기에 온다. 다만 규칙상 두 조건 모두 은행의 지급 의무는 없다(URC 522 제12조·제13조). 차이는 담보의 유무가 아니라 화물을 내준 뒤에 기다리느냐, 내주기 전에 받느냐다. 조건 선택은 거래 은행 확인이 먼저다.

Q. L/C를 받았는데 은행이 지급을 거절했다. 가능한가.
가능하다. UCP 600 제16조 a항은 제시가 일치하지 않으면 결제나 매입을 거절할 수 있다고 정한다. 다만 거절 사유는 서류여야 한다. 제5조는 은행이 “물품, 용역, 이행이 아니라 서류를 다룬다”고 적는다. 수입자가 물건이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은 신용장상의 거절 사유가 아니다.

Q. 추심지시서는 누가 쓰나.
의뢰인(수출자)이 작성해 거래 은행에 낸다. 은행은 그 지시서대로 움직인다. D/A인지 D/P인지, 기한부인지 일람인지가 이 한 장에서 확정된다. 서식과 수수료는 은행마다 다르므로 거래 은행의 약정서와 수수료 안내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서류는 늘 같은 봉투에 들어간다. 선하증권, 인보이스, 포장명세서.

다른 것은 그 봉투가 무엇과 바뀌는지다.

Sources

사실(1차 출처 확인)

  • ICC 「신용장통일규칙」(UCP 600, ICC Publication No. 600) 제2조(정의), 제3조, 제4조 a항, 제5조, 제7조 a·b항, 제14조 a항, 제16조 a항 — ICC 공식 규칙 원문.
  • ICC 「추심통일규칙」(URC 522, ICC Publication No. 522, 1995 Revision) 제1조, 제2조 a·b·c·d항, 제4조 a항, 제6조, 제7조 a·b·c항, 제9조, 제11조, 제12조 a항, 제13조, 제14조 — ICC 공식 규칙 원문.

해석(AURANIM 편집부)

  • “세 조건의 차이는 담보의 세기가 아니라 교환 대상이다”, “L/C에서는 은행이, 추심에서는 사람이 거절한다”, “빈칸은 D/P다”는 위 조항들을 실무 각도에서 묶어 읽은 편집부의 정리다. 규칙 원문의 표현이 아니다.
  • 기한부 어음과 D/P 조합의 체화료 누적 서술은 URC 522 제7조 a·c항의 효과를 실무 상황으로 옮긴 설명이다.

불확실·확인 필요

  • 개별 거래의 수수료·환가료·서식, 어음 인수의 국내법상 효력, 수출보험 담보 범위는 거래 은행·관할 기관·관세사와 세무 담당자 확인이 먼저다. 규칙과 실무 서식은 개정될 수 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을 위한 해설이며 특정 결제조건의 채택을 권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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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사람 · AURANIM 편집장
국제 물류와 무역 현장에서 일하는 현직 실무자입니다. 해상운임과 통관, 무역 계약, 경제 데이터를 매일 다루며, 검증된 사실과 1차 출처만으로 씁니다. About AURAN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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