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Republic — AURANIM Original Series

EPISODE 007

침묵

Silence

오전 6시 51분.

알람은 일곱 시였다.

김도윤은 늘 그보다 먼저 눈을 떴다.

천장을 바라봤다.

잠은 잤다.

그런데 피곤했다.

습관처럼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시민번호.

유효기간.

D-89

숫자는 그대로였다.

그런데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잠시 후.

휴대폰을 뒤집어 침대 위에 올려놨다.

주방.

커피 향이 퍼지고 있었다.

수진은 토스트를 굽고 있었다.

“어제 그거 봤어?”

“뭐?”

“AI.”

도윤은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냈다.

“학부모 단톡도 난리고, 초등학교도 난리야.”

“왜?”

“시민번호 캡처해서 올리는 사람도 있고.”

도윤이 웃었다.

“그걸 왜 올려.”

“관심받고 싶은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그때.

지우가 졸린 얼굴로 나왔다.

의자에 털썩 앉더니 토스트를 집어 들었다.

“아빠.”

“응.”

“우리도 시민이야?”

도윤은 잠시 멈췄다.

“… 그렇지.”

지우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다.”

잠시 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물었다.

“시민 아니면 어떻게 돼?”

식탁이 조용해졌다.

수진도.

도윤도.

대답하지 못했다.

광화문.

평소와 같은 출근길.

횡단보도.

버스정류장.

회사 로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사람들은 모두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다른 사람의 화면을 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열두 명.

숨소리만 들렸다.

평소라면

주식.

환율.

야구.

누군가는 말을 시작했을 시간이었다.

오늘은

기계음만 울렸다.

“7층입니다.”

문이 열렸다.

팀장이 먼저 내렸다.

도윤은 무심코 뒤를 따라 걸었다.

팀장은 오늘도 평소처럼 인사를 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목소리는 같았다.

그런데 휴대폰은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점심.

회사 식당.

민석이 맞은편에 앉았다.

밥을 먹던 민석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을 켰다.

3초.

곧바로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도윤이 웃으며 물었다.

“뭐야.”

민석은 잠시 망설였다.

“… 과장님.”

“네.”

“시민번호.”

“… 응.”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지 마세요.”

“왜?”

민석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 근데.”

“다들 안 보여주더라고요.”

오후.

메일 알림이 울렸다.

[전사 공지]

AI 국가운영체계 시행 관련 안내

사람들이 동시에 메일을 열었다.

내용은 세 줄이었다.

시민번호는 회사 업무와 무관합니다.

회사는 시민번호를 확인하거나 수집하지 않습니다.

타인과 공유하지 마십시오.

사무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누군가 웃으며 말했다.

“별 걸 다 공지하네.”

그 순간.

옆자리 직원이 황급히 휴대폰을 뒤집었다.

웃음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퇴근길.

지하철.

사람들은 모두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화면을 정면으로 들지 않았다.

모두 몸 쪽으로 숨겼다.

도윤도 무심코 따라 했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나도 저러고 있네.’

밤 10시.

대치동.

지우는 책상에 엎드린 채 잠들어 있었다.

수진은 노트북으로 가계부를 정리하고 있었다.

도윤은 베란다로 나갔다.

휴대폰을 켰다.

D-89

그 아래.

처음 보는 문장이 떠 있었다.

새로운 안내사항이 도착했습니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췄다.

열어볼까.

말까.

그때.

거실에서 뉴스 속보 알림음이 울렸다.

“여보!”

수진의 목소리였다.

도윤이 거실로 들어왔다.

앵커가 빠르게 말했다.

“AI 국가운영체계 시행 첫날인 오늘, 시민번호와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온라인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화면이 바뀌었다.

커뮤니티 게시글.

‘시민번호 삭제했다가 사라졌습니다.’

‘강남 밖에서 자면 불이익받는다던데?’

‘캡처하면 감점된다는 게 사실인가요?’

조회 수는 수십만.

댓글은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앵커가 말을 이었다.

“정부는 해당 내용이 모두 확인되지 않은 정보라며 시민들에게 유포와 공유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잠시 후.

속보 자막이 화면 아래를 가로질렀다.

[속보] 정부, 내일 오전 10시 AI 국가운영체계 관련 긴급 브리핑 예정

도윤은 TV를 바라봤다.

그 순간.

휴대폰이 다시 한번 진동했다.

도윤은 화면을 내려다봤다.

새로운 안내사항이 도착했습니다.

TV에서는

정부 브리핑장이 생중계 화면으로 바뀌고 있었다.

기자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단상 위.

푸른 원 하나만

아무 말 없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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