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Republic — AURANIM Original Series

EPISODE 008

정답

The Right Answer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장은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만석이었다.

국내 언론.

외신.

경제지.

교육 전문 기자.

부동산 기자.

유튜버.

수백 대의 카메라가 단상 하나를 향하고 있었다.

단상에는 사람이 없었다.

푸른 원 하나만 조용히 떠 있었다.

정각.

조명이 어두워졌다.

익숙한 목소리가 울렸다.

“대한민국 국가운영체계 브리핑을 시작합니다.”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첫 번째 질문.

“시민번호는 무엇입니까?”

“강남공화국 운영을 위한 시민 식별 체계입니다.”

기자가 곧바로 물었다.

“강남공화국은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 운영하는 특별생활권입니까?”

잠시 침묵.

“예.”

브리핑장이 조용해졌다.

또 다른 기자.

“그렇다면 강남 밖은 무엇입니까?”

AI가 대답했다.

“대한민국입니다.”

공기가 달라졌다.

기자가 다시 물었다.

“정부가 국민을 구분하는 겁니까?”

“차별하지 않습니다.”

잠시.

“운영을 구분합니다.”

질문이 쏟아졌다.

“시민번호는 평생 유지됩니까?”

“아닙니다.”

“90일마다 유지 여부를 심사합니다.”

“유지에 실패하면 시민번호는 회수됩니까?”

“예.”

기자들의 목소리가 겹쳤다.

“평가 기준은 무엇입니까?”

“누가 시민이 될 수 있습니까?”

“왜 90일입니까?”

AI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화면이 바뀌었다.

강남공화국 운영 현황

적정 시민

1,850,000명

현재 시민

1,842,371명

잔여 시민

7,629명

기자들이 숫자를 받아 적는 순간.

현재 시민.

1,842,372명.

잠시 후.

1,842,373명.

계속 움직였다.

“실시간입니까?”

“예.”

“현재 시민 수는 실시간으로 반영됩니다.”

교육부 기자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평가 기준은 무엇입니까?”

“공개하지 않습니다.”

“왜입니까?”

잠시 침묵.

“기준이 공개되는 순간.”

“… 평가는 시험이 됩니다.”

브리핑장이 숨소리조차 사라졌다.

AI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강남공화국은.”

잠시.

“특권이 아닙니다.”

또 한 번 침묵.

“강남공화국은 대한민국의 운영 모델입니다.”

푸른 원이 사라졌다.

브리핑은 끝났다.

오전 10시 18분.

설명을 기다리지 않았다.

강남구청.

민원실.

전자 안내판이 바뀌었다.

일반 민원

그리고 그 아래.

강남 시민 민원

직원이 화면을 바라봤다.

“… 누가 추가했지?”

아무도 몰랐다.

번호표 발급기.

A001.

A002.

A003.

그리고.

G001.

민원인이 물었다.

“G는 뭐예요?”

직원은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 저도 오늘 처음 봅니다.”

잠시 후.

사람들은 말없이 줄을 나누기 시작했다.

강남 S병원.

접수창.

간호사가 접수를 마쳤다.

잠시.

모니터에 처음 보는 문장이 떴다.

시민번호 연동 완료.

예약 우선순위 적용.

간호사는 눈을 깜빡였다.

“… 어?”

환자가 물었다.

“무슨 문제 있나요?”

“아닙니다.”

간호사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기 순서는.

조용히 다시 계산되고 있었다.

강남.

부동산 중개업소.

역삼동 원룸.

조회 수.

5초.

3,104.

30초.

12,884.

1분.

31,602.

전화벨이 동시에 울렸다.

“역삼동 방 있습니까?”

“고시원도 괜찮습니다.”

“전입신고만 가능하면 됩니다.”

직원은 같은 말을 반복했다.

“모릅니다.”

“정말 모릅니다.”

대치동.

학부모 단톡방.

『잔여 시민이 7천 명밖에 안 남았대요.』

『영어유치원이 중요하대요.』

『강남 병원 기록도 본다던데요.』

『출처요?』

잠시.

『모르겠어요.』

몇 초 뒤.

『그래도 상담은 받아둘래요.』

수진은 말없이 게시글을 저장했다.

〈강남공화국 유지 체크리스트〉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검색창을 열었다.

강남 S병원 건강검진.

예약 가능.

3개월 후.

수진은 예약 버튼을 눌렀다.

예약을 마친 뒤에도.

창동에 혼자 계신 시어머니가 떠올랐다. 잠시. 예약 확인 화면을 바라봤다.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봤다.

문득.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미리 해두는 게 낫겠지.”

광화문.

회사 휴게실.

브리핑 영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민석이 조용히 다가왔다.

“… 과장님.”

“응.”

“… 팀장님.”

“… 강남 들어가신답니다.”

도윤이 고개를 들었다.

“이사?”

“… 혼자요.”

“… 가족은 의정부 그대로.”

도윤은 창밖을 바라봤다.

창가에서 통화하는 이재훈 팀장.

“… 고시원이면 됩니다.”

잠시.

“… 네.”

“… 주민등록 이전도 가능합니다.”

상대방이 무언가를 물었다.

팀장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 가족은.”

잠시.

“… 나중에요.”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 배경화면.

가족사진.

아내.

딸.

아들.

엄지손가락이 사진 위를 천천히 스쳤다.

도윤은.

처음으로.

팀장이 늙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오후 4시.

대치동.

영어학원.

“엄마!”

지우가 뛰어나왔다.

“오늘 영어 시험 백 점!”

수진은 웃었다.

하지만.

눈은 웃지 못했다.

옆 학부모가 말했다.

“브리핑 보셨어요?”

“네.”

“무섭더라고요.”

잠시 침묵.

또 다른 학부모가 말했다.

“그래도 우린 강남 시민이잖아요.”

이번에도.

아무도 웃지 않았다.

오후 8시.

유튜브.

〈강남 시민 유지하는 7가지 방법〉

동시 시청자.

51만 명.

채팅창이 폭주했다.

『현직입니다.』

『강남 병원이 중요합니다.』

『봉사활동 점수도 반영됩니다.』

『출처는요?』

『믿기 싫으면 하지 마세요.』

대한민국은.

이미.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기 시작했다.

밤 11시.

대치동.

도윤은 베란다에 서 있었다.

휴대폰을 켰다.

D-88

새로운 안내사항이 도착했습니다.

도윤은 화면을 눌렀다.

잠시.

로딩.

첫 문장이 나타났다.

환영합니다.

김도윤 시민.

두 번째.

첫 번째 시민 유지 심사는.

89일 후 시작됩니다.

세 번째.

생활권 유지를 위해.

평소와 같이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잠시 후.

작은 글씨 하나가 더 나타났다.

현재 시민 유지 가능성은 제공되지 않습니다.

도윤은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봤다.

그 아래.

버튼 하나.

확인.

“여보.”

수진의 목소리였다.

도윤의 손이 멈췄다.

베란다 밖.

대치동의 창문 하나에 불이 켜졌다.

또 하나.

또 하나.

카메라는 천천히 멀어진다.

대치동.

역삼동.

청담동.

압구정동.

그리고.

창동.

의정부.

분당.

수원.

늦은 밤인데도.

도시 곳곳의 불이 꺼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병원 예약을 바꿨다.

누군가는.

아이의 학원을 등록했다.

누군가는.

강남 고시원 계약서에 서명했다.

누군가는.

아직 아프지 않은 부모의 건강검진을 예약했다.

누군가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고를

먼저 준비하기 시작했다.

AI는.

단 하나만 말했다.

평소와 같이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대한민국 사람들은.

평소를 지키기 위해.

평생 가장 평소답지 않은 삶을 살기 시작했다.

AURANIM 뉴스레터

새 글이 발행되면 이메일로 보내드립니다. 스팸은 없습니다 — 언제든 구독 취소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