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Republic — AURANIM Original Series
EPISODE 004
확인
Verification
다음 날 아침.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메신저가 울렸다.
[인사팀 공지]
전 직원 거주지 확인 절차를 진행합니다.
금일 오후 3시까지 현재 주소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별생각 없이 메일을 열었다.
이름.
부서.
직급.
주소.
마지막 칸에는 현재 거주지가 적혀 있었다.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동.
틀린 곳은 없었다.
확인 버튼을 눌렀다.
끝이었다.
‘별 걸 다 확인하네.’
그렇게 생각하고 메일을 닫았다.
AI 발표가 있었던 다음 날이었지만 회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팀장은 실적을 물었고,
고객은 운임을 깎아 달라고 했고,
메일은 쉴 새 없이 들어왔다.
AI보다 중요한 건 이번 달 매출이었다.
오전 회의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는데 민석이 커피를 들고 다가왔다.
“과장님.”
“응.”
“주소 확인하셨어요?”
“응.”
“왜 갑자기 하는 걸까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인사팀이니까 하겠지.”
민석은 웃었다.
“요즘 AI 때문에 별 걸 다 하네요.”
“그러게.”
둘 다 그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누구도 그 메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수진이었다.
“여보.”
“응.”
“학교에서도 주소 확인하래.”
나는 걸음을 멈췄다.
“학교도?”
“응. 학부모 앱에 다시 입력하래.”
“그래?”
“이상하지 않아?”
“뭐, 행정구역 바뀐다니까 그런가 보다.”
수진도 더 묻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다시 걸었다.
오후에는 은행 앱에서도 알림이 왔다.
고객 정보 확인을 진행해 주세요.
주소.
연락처.
직장.
평소라면 그냥 넘겼을 알림이었다.
그런데 하루에 세 번째였다.
퇴근길.
라디오에서는 하루 종일 AI 이야기뿐이었다.
행정 효율.
국가 경쟁력.
새로운 시대.
나는 채널을 껐다.
집에 도착하니 수진이 식탁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당신도 왔어?”
“뭐?”
“보험사에서도 주소 확인하래.”
나는 웃었다.
“오늘은 다들 확인하는 날인가 보네.”
지우는 식탁에서 숙제를 하고 있었다.
“아빠.”
“응.”
“확인이 뭐야?”
나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맞는지 다시 보는 거.”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에서도 확인했어.”
“뭘?”
“우리 집.”
나는 웃으며 지우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네.”
밤 11시.
잠들기 전 휴대폰을 확인했다.
정부 알림이 하나와 있었다.
대한민국 국가행정 AI NEXUS
강남공화국 시민번호 발급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내일 오전 9시부터 순차적으로 발급됩니다.
나는 화면을 한참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주민등록번호도 있는데 또 번호를 만드네.”
대수롭지 않게 불을 껐다.
그날 밤.
대한민국에서는 수천만 명이 같은 생각을 하며 잠들었다.
정부 알림을 끄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