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Republic — AURANIM Original Series

EPISODE 009

평소

As Usual

다음 날.

오전 6시 30분.

대치동.

김도윤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다.

휴대폰.

D-87.

변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

다시 잠들 수 없었다.

식탁.

수진이 비타민 통을 내려놓았다.

“이것도 먹어.”

도윤이 웃었다.

“갑자기?”

“건강해야 되잖아.”

“원래 안 먹었잖아.”

수진은 대답 대신 휴대폰을 뒤집었다.

검색 기록.

『면역력과 시민 유지』

『건강검진 AI』

『강남 병원』

잠시.

“… 다들 그러더라.”

도윤은 비타민을 삼켰다.

맛은 어제와 같았다.

하지만.

먹는 이유는 달라져 있었다.

창밖.

대치동의 아침은 평소와 같았다.

하지만.

평소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전 8시.

광화문.

출근길.

횡단보도.

빨간 신호.

차는 오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누군가는 건넜다.

오늘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도윤도.

그냥 기다렸다.

신호가 바뀌었다.

사람들이 동시에 걸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회사.

엘리베이터.

열세 명.

평소라면.

누군가는 가벼운 인사를 던졌을 시간.

오늘은.

기계음만 울렸다.

“7층입니다.”

문이 열리자.

사람들은 동시에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마치.

서로의 화면을 보면 안 되는 것처럼.

오전 10시.

뉴스 속보.

『정부, 강남공화국 AI 운영체계 정식 시행』

『행정·의료·교육 시스템 순차 연동』

대한민국은.

설명을 듣기도 전에.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회사 휴게실.

민석이 휴대폰을 내밀었다.

“… 과장님.”

“응.”

“역삼동 고시원.”

“… 없답니다.”

도윤이 웃었다.

“고시원이?”

“대기가 삼백 명이 넘어요.”

민석이 화면을 확대했다.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100만 원.

어제 등록된 가격이었다.

도윤이 다시 물었다.

“그래도 들어가는 사람이 있어?”

민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 방을 사는 게 아니라.”

잠시.

“… 주소를 사는 거래요.”

도윤의 웃음이 사라졌다.

역삼동.

고시원.

복도 끝까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사장이 문을 열었다.

“오늘 계약 없습니다.”

한 남자가 물었다.

“대기번호 몇 번까지 왔습니까?”

“214번.”

남자는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318번.

사장은 문을 닫았다.

문 앞.

종이 한 장.

현재 시세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100만 원

누군가 그 아래 볼펜으로 적어 놓았다.

집은 못 사도 된다.

주소는 있어야 한다.

강남구청.

민원실.

전자 안내판.

일반 민원

그리고.

강남 시민 민원

번호표.

A001.

A002.

A003.

G001.

한 노인이 직원에게 물었다.

“G는 뭡니까?”

직원은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 저도 오늘 처음 봅니다.”

잠시 후.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줄을 나누기 시작했다.

한 남자가.

무심코 G 줄에 섰다.

직원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 그 줄은 아닙니다.”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다시 A 줄로 돌아갔다.

아무도.

그 장면을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강남 S병원.

접수창.

간호사가 접수를 마쳤다.

모니터.

시민번호 연동 완료.

예약 우선순위 적용.

간호사는 눈을 찌푸렸다.

대기번호.

잠시.

“… 오류인가?”

다시 눌렀다.

환자가 물었다.

“무슨 문제 있나요?”

“… 아닙니다.”

간호사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병원 직원들은.

대기 순서를 설명하지 않았다.

대치동.

학부모 단톡방.

『잔여 시민이 7천 명밖에 안 남았대요.』

『강남 병원이 중요하대요.』

『영어유치원 필수라네요.』

『출처는요?』

잠시.

『모르겠어요.』

몇 초 뒤.

『그래도 상담은 받아둘래요.』

수진은 게시글을 저장했다.

〈강남공화국 유지 체크리스트〉

검색창.

강남 S병원 건강검진.

예약 가능.

세 달 후.

예약 완료.

예약 화면을 바라보다.

문득.

창동에 혼자 사는 시어머니가 떠올랐다.

“… 어머니도.”

“… 강남으로 모셔야 하나.”

수진은.

자기 생각에.

스스로 놀랐다.

아직.

아픈 곳도 없었다.

광화문.

회사.

창가.

이재훈 팀장이 통화 중이었다.

“… 네.”

“… 혼자 살겠습니다.”

잠시.

“… 세 달만.”

또 잠시.

“… 필요하면 더.”

“… 고시원이면 됩니다.”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 배경화면.

가족사진.

아내.

딸.

아들.

엄지손가락이 사진 위를 천천히 스쳤다.

그리고.

휴대폰을 뒤집었다.

오후 4시.

대치동.

영어학원.

“엄마!”

지우가 뛰어나왔다.

“오늘 영어 백 점!”

수진은 웃었다.

하지만.

눈은 웃지 못했다.

옆 학부모가 물었다.

“친정이 어디세요?”

“… 창동이요.”

잠시.

“… 아.”

짧은 한마디.

그 뒤로.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수진은 처음으로 알았다.

거리보다.

주소가.

사람을 나누기 시작했다는 것을.

오후 8시.

유튜브.

〈강남 시민 유지하는 9가지 방법〉

동시 시청자.

83만 명.

댓글.

『강남 병원이 중요합니다.』

『영어학원 두 군데 보내세요.』

『봉사활동 점수도 본답니다.』

『현직입니다.』

『출처는요?』

『믿기 싫으면 하지 마세요.』

뉴스 속보.

『강남 고시원 월세 하루 만에 두 배』

『강남 건강검진 예약 폭주』

『영어학원 상담 대기 6개월』

『강남 주민등록 사기 수사 착수』

AI는.

이 중 어느 것도 말한 적이 없었다.

밤 11시.

대치동.

도윤은 베란다에 서 있었다.

휴대폰.

D-87.

새로운 안내사항.

환영합니다.

김도윤 시민.

첫 번째 시민 유지 심사는.

89일 후 시작됩니다.

생활권 유지를 위해.

평소와 같이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그 아래.

작은 문장 하나.

현재 시민 유지 가능성은 제공되지 않습니다.

도윤은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봤다.

버튼 하나.

확인.

누르지 않았다.

창밖.

대치동.

역삼동.

청담동.

압구정동.

그리고.

창동.

의정부.

노원,

수유리

도시는.

잠들지 않았다.

누군가는.

병원을 예약했다.

누군가는.

아이의 학원을 등록했다.

누군가는.

강남 고시원 계약금을 보냈다.

누군가는.

아직 아프지 않은 부모의 건강검진을 예약했다.

누군가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AI는.

끝내.

아무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서로에게 명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그날 밤.

누군가는.

강남으로 들어오기 위해 잠들지 못했고.

누군가는.

강남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잠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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