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Republic — AURANIM Original Series

EPISODE 010

참가자

Participant

D-86

강남공화국 운영 현황

적정 시민

1,850,000명

현재 시민

1,850,000명

잔여 시민

0명

숫자가 멈췄다.

처음이었다.

오전 8시.

뉴스 속보.

**「강남공화국 시민 정원 마감.

발표 사흘 만에 잔여 시민 0명」**

앵커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AI 행정부는 추가 발표를 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신규 시민 등록은 종료되었습니다.”

“결원 발생 시에만 신규 등록이 가능합니다.”

잠시.

화면 아래 자막이 흘렀다.

**누군가 나가야.

누군가 들어올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그 문장의 의미를.

너무 빨리 이해했다.

같은 시각.

대치동.

○○초등학교.

담임이 교실 앞으로 걸어왔다.

“오늘.”

“새 친구 두 명이 전학 왔습니다.”

문이 열렸다.

남자아이.

여자아이.

아이들은 박수를 쳤다.

“안녕하세요.”

평범한 아침이었다.

쉬는 시간.

한 아이가 물었다.

“너 원래 강남 살아?”

전학생이 잠시 망설였다.

“… 지난주부터.”

“아빠만 먼저.”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금세 축구 이야기로 넘어갔다.

하지만.

교실 밖.

학부모들은 알고 있었다.

그 ‘지난주’가.

얼마나 비쌌는지를.

학교 행정실.

전화벨이 멈추지 않았다.

“전학 상담입니다.”

“강남 시민이면 입학 가능한가요?”

“주소만 옮기면 됩니까?”

직원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

“죄송합니다.”

“시민번호와 학교 배정은 별개입니다.”

전화를 끊었다.

곧바로.

다시 벨이 울렸다.

광화문.

회사.

월요일 임원회의.

대표가 승진자를 발표했다.

박수.

축하.

악수.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회의가 끝나려는 순간.

대표가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앞으로는.”

“강남 생활권 고객 비즈니스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잠시.

“그 점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질문은 없었다.

하지만.

모두 알아들었다.

회의가 끝났다.

민석이 도윤에게 다가왔다.

“… 과장님.”

“응.”

“… 이번에도.”

잠시.

“… 전부네요.”

도윤이 명단을 다시 봤다.

승진자 다섯 명.

모두.

강남 시민.

도윤은 애써 웃었다.

“우연이겠지.”

민석은 말없이 휴대폰을 내밀었다.

작년.

재작년.

그 전년도.

승진자 명단.

3년 연속.

승진자는 모두 강남 시민이었다.

도윤의 웃음이 사라졌다.

창가.

이재훈 팀장이 혼자 서 있었다.

대표가 지나가며 어깨를 두드렸다.

“고생 많았습니다.”

잠시.

“다음 기회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

“… 환경도 경쟁력입니다.”

대표는 그대로 걸어갔다.

이재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퇴근길.

지하철.

이재훈은 휴대폰을 켰다.

검색.

강남 고시원.

공실.

없음.

다시 검색.

역삼동.

논현동.

삼성동.

대치동.

모두 같은 문장.

현재 계약 불가

잠시 후.

뉴스 알림이 떴다.

**「강남 주소 프리미엄 폭등.

고시원 보증금 1억.

월 이용료 700만 원」**

역삼동.

고시원.

건물 앞.

줄이 골목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

정장을 입은 회사원.

아이를 안은 젊은 부부.

노트북을 든 취업 준비생.

캐리어를 끄는 노부부.

모두 번호표를 들고 있었다.

벽에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현재 시세

보증금

100,000,000원

방 이용료

600,000원

주소 이용료

6,400,000원

월 합계

7,000,000원

공실

0

현재 대기

427명

그 아래.

누군가 볼펜으로 적어 놓았다.

방값이 아닙니다.

주소값입니다.

사장이 문을 열었다.

“오늘.”

잠시.

“계약 취소 한 분 있습니다.”

순간.

사람들이 동시에 일어났다.

“214번.”

이재훈은 번호표를 펼쳤다.

손끝이 떨렸다.

방.

2평.

창문 없음.

침대 하나.

책상 하나.

선풍기 하나.

벽에는.

작은 스티커 하나가 붙어 있었다.

전입신고 완료

이재훈이 물었다.

“… 이건 뭡니까?”

사장이 웃었다.

“요즘은.”

“방보다.”

“… 저 스티커가 더 비쌉니다.”

계약서.

그리고.

주민등록 이전 신청서.

이재훈의 손이 멈췄다.

휴대폰이 울렸다.

아내였다.

“여보.”

“오늘 늦어?”

“… 응.”

“출장 준비가 있어서.”

거짓말이었다.

“애들이 기다려.”

“… 알겠어.”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 배경화면.

가족사진.

아내.

딸.

아들.

엄지손가락이 사진 위를 천천히 스쳤다.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계약서에 사인했다.

주민등록 이전 신청서에도.

사인했다.

사장이 서류를 정리하며 웃었다.

“축하드립니다.”

이재훈이 물었다.

“… 뭐가요?”

사장이 대답했다.

“다들 그렇게 말합니다.”

잠시.

“게임 참가를 축하합니다.”

같은 시각.

대치동.

도윤은 뉴스를 보고 있었다.

**「강남공화국 시민 정원 마감.

잔여 시민 0」**

수진이 조용히 물었다.

“… 이제.”

“… 어머니는 어떻게 해?”

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창동.

혼자 사는 어머니.

다음 달.

강남 S병원 예약이 잡혀 있었다.

그 병원은.

십이 년 전.

어머니의 목숨을 살린 병원이었다.

그날 이후.

주치의도.

검사 기록도.

처방도.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병원 문자였다.

강남공화국 행정 AI 연동으로 인해 다음 진료부터 시민번호 확인 절차가 적용됩니다.

도윤은 문자를 다시 읽었다.

그리고.

연락처를 열었다.

어머니

통화 버튼 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어머니.’

‘다음 달부터.’

‘병원을 못 갈 수도 있어.’

끝내.

전화는 걸지 못했다.

창동에 혼자 계신 어머니가 떠올랐다.

처음으로.

자신의 시민번호를 바라봤다.

내 자리는 있다.

하지만.

어머니 자리는 없다.

그날 밤.

AI는.

새로운 규칙도.

새로운 명령도.

새로운 설명도 하지 않았다.

단 하나.

숫자만 남겨 두었다.

잔여 시민.

0

그 숫자는.

대한민국을 둘로 나누었다.

이미 가진 사람.

그리고.

누군가의 빈자리를 기다리는 사람.

AI는.

끝내 게임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참가자를 모집하지도 않았다.

참가를 강요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은.

스스로 줄을 서기 시작했다.

승진을 원하는 사람.

아이의 미래를 지키려는 부모.

부모의 병원을 지키려는 자식.

모두.

다른 이유로 줄을 섰다.

하지만.

도착하는 곳은 같았다.

**게임은.

AI가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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