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상담 창구에서 가장 자주 오가는 말이 있다.
“고정금리로 하시겠어요, 변동금리로 하시겠어요?”
이 질문은 사실 정확하지 않다.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금리’라고 불리는 상품은 한 가지가 아니라 세 가지이고, 셋은 서로 다른 계약이다. 어떤 것은 30년 내내 금리가 그대로고, 어떤 것은 5년 뒤에 다시 정해지고, 어떤 것은 5년 뒤에 아예 변동금리로 바뀐다.
세 가지 모두 창구에서는 “고정”이라는 말로 불린다.
결론부터
- 순수고정형: 계약할 때 정한 금리가 만기까지 그대로다.
- 주기형: 5년마다 그 시점의 시장금리로 다시 정한다. 정해진 5년 동안은 고정이다.
- 혼합형: 처음 5년만 고정이고, 그 뒤에는 변동금리로 갈아탄다.
이름이 비슷한 이유는 통계 분류 때문이다. 셋 다 “고정금리 대출”로 집계된다. 하지만 10년 뒤 내 이자를 결정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세 가지 비교
| 구분 | 순수고정형 | 주기형 | 혼합형 |
|---|---|---|---|
| 금리가 바뀌는 시점 | 없음 | 5년마다 | 5년 뒤 한 번, 이후 변동 |
| 5년 뒤 상태 | 고정 유지 | 새 고정금리로 재설정 | 변동금리로 전환 |
| 20년 뒤 상태 | 첫 금리 그대로 | 네 번째 재설정 구간 | 변동금리 |
| 통계상 분류 | 고정금리 | 고정금리 | 고정금리 |
| 대출 한도 영향 | 가장 유리 | 중간 | 불리한 편 |
① ‘고정’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기간이 다르다
세 상품의 차이는 금리 수준이 아니라 약속의 길이다.
순수고정형은 은행이 20년이나 30년 뒤의 금리 위험까지 떠안는 계약이다. 그만큼 처음 금리가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주기형은 5년짜리 약속을 만기까지 반복한다. 5년 안에는 시장이 어떻게 되든 내 금리가 안 바뀐다. 다만 5년째 되는 날 그 시점의 금리로 새로 계산된다. 그날 시장금리가 올라 있으면 내 이자도 올라간다.
혼합형은 5년 뒤 성격 자체가 바뀐다. 6년째부터는 코픽스 같은 지표에 연동되어 매달 또는 6개월마다 움직인다. 처음 5년만 보고 “고정금리로 했다”고 기억하면, 6년째에 예상하지 못한 명세서를 받게 된다.
② 왜 셋 다 ‘고정금리’로 불리나
금융 통계에서 고정금리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만기까지 안 바뀌는가”가 아니라 “일정 기간 안에 바뀌는가”다. 지표금리에 매달 연동되면 변동금리, 일정 기간 묶여 있으면 고정금리로 분류된다.
그래서 5년 주기형도, 5년 혼합형도 고정금리 통계에 들어간다. “우리나라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몇 퍼센트”라는 뉴스에는 이 셋이 모두 섞여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강조하는 것은 이 통계의 안쪽이다. 고정금리 비중은 늘었는데 대부분이 5년 주기형이어서, 실제로 장기간 금리가 고정된 대출은 많지 않다는 문제의식이다. 그래서 약정만기 5년 이상의 순수고정형 상품 비중을 3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은행권의 장기 고정금리 상품 출시를 유도해 왔다. 주택금융공사와 은행이 참여하는 커버드본드 지급보증 제도도 은행이 장기 고정금리 재원을 조달할 수 있게 하려는 장치다.
③ 한도가 달라진다 — 스트레스 DSR
실무에서 가장 체감이 큰 차이는 대출 한도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 심사를 할 때 실제 금리가 아니라 “금리가 더 올랐다고 가정한 금리”로 상환 능력을 계산하는 제도다. 가정한 금리가 높을수록 갚아야 할 돈이 커 보이고, 그만큼 빌릴 수 있는 금액은 줄어든다.
이때 붙는 가산 폭이 금리 유형마다 다르다. 변동형에는 전액이 붙고, 혼합형과 주기형에는 그보다 낮은 비율이 붙는다. 그리고 만기까지 금리가 고정되는 순수고정형에는 스트레스 금리가 붙지 않는다. 앞으로 금리가 올라도 이 대출의 이자는 안 오르기 때문이다.
같은 소득, 같은 집이라도 어떤 유형을 고르느냐에 따라 나오는 한도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구체적인 가산 비율과 적용 범위는 시기와 지역에 따라 바뀌므로, 실행 직전에 해당 은행과 금융위원회 공지로 확인해야 한다.
④ 내 상황에서 무엇을 먼저 보나
| 내 상황 | 먼저 확인할 것 |
|---|---|
| 5년 안에 팔거나 갈아탈 계획 |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시점. 5년을 못 채우면 유형 차이보다 수수료가 크다 |
| 만기까지 보유할 계획 | 순수고정형이 있는지, 있다면 금리 차이가 몇 퍼센트포인트인지 |
| 한도가 모자란다 | 유형별 한도 차이. 스트레스 금리 적용 여부가 한도를 가른다 |
| 이미 혼합형으로 실행했다 | 고정 구간 종료일. 그날부터 무엇에 연동되는지 약정서에서 확인 |
| 금리 재산정이 다가온다 | 재산정 기준일과 기준이 되는 지표. 통보 시점도 함께 |
순서가 중요하다. 금리 숫자를 비교하기 전에, 내가 이 대출을 몇 년 들고 갈 것인지부터 정한다. 보유 기간이 정해지면 어떤 유형이 맞는지는 거의 자동으로 정리된다.
이 기준이 안 맞는 경우
정책금융 상품일 때. 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 같은 정책 상품은 민간 은행과 금리 구조와 조건이 다르다. 위 분류를 그대로 대입하면 어긋난다.
은행마다 이름이 다를 때. 같은 구조를 두고 은행마다 다른 상품명을 쓴다. 상품명이 아니라 약정서의 “금리 변동 주기”와 “적용 기간” 항목을 봐야 한다.
제도가 바뀔 때. 스트레스 DSR의 가산 폭, 정책 목표 비중, 지역별 적용 범위는 모두 변경 가능한 값이다. 이 글의 구조는 오래 가지만 숫자는 그렇지 않다.
자주 묻는 질문
Q. 주기형과 혼합형 중 어느 쪽이 더 안전한가요?
안전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다. 주기형은 5년마다 다시 정해지더라도 그 5년 동안은 금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혼합형은 6년째부터 매 주기 움직인다. 예측 가능성만 놓고 보면 주기형이 더 길게 안정적이지만, 초기 금리는 상품마다 다르므로 단정할 수 없다.
Q. 순수고정형이 좋은데 왜 많이 안 보이나요?
은행이 20~30년짜리 금리 위험을 떠안으려면 그만큼 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국내에는 그 시장이 크지 않다. 커버드본드 같은 제도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장치다. 공급이 늘고 있는 중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Q. 이미 혼합형으로 받았으면 어떻게 하나요?
먼저 약정서에서 고정 구간이 끝나는 날짜와 그 뒤 연동되는 지표를 확인한다. 그 시점이 가까워지면 갈아타기와 유지 중 무엇이 나은지 비교할 수 있는데, 이때 중도상환수수료가 남아 있는지가 계산의 출발점이 된다.
Sources
[사실] 주기형·혼합형·변동형의 정의와 금리 변경 주기 — 국내 경제지 보도 및 은행권 상품 설명 기준. 순수고정형이 스트레스 DSR의 스트레스 금리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 금융위원회가 약정만기 5년 이상 순수고정형 상품의 목표 비중을 30%로 제시하고 은행권 장기 고정금리 상품 출시를 유도해 왔다는 점, 주택금융공사와 시중은행이 참여하는 커버드본드 지급보증 제도가 도입됐다는 점 — 금융당국 가계부채 점검회의 관련 보도.
[해석] “보유 기간을 먼저 정하면 유형 선택이 거의 자동으로 정리된다”는 서술과 상황별 확인 순서 표는 본지의 정리다. 순수고정형 공급이 적은 이유를 장기 조달 시장의 크기로 설명한 부분도 해석이다.
[불확실] 스트레스 DSR의 금리 유형별 가산 비율은 시행 단계와 시기에 따라 조정되어 왔고, 1차 출처 문서를 직접 확인하지 못해 본문에 구체 수치를 쓰지 않았다. 유형별 금리 수준 역시 은행·시점마다 달라 특정 숫자를 쓰지 않았다. 대출 한도와 금리, 제도 적용 범위는 모두 변경 가능한 값이므로 실행 전에 해당 금융기관과 금융위원회 공지로 확인해야 한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이며 특정 상품 가입을 권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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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금리라는 말은 금리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 금리가 언제까지 내 것인지를 설명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