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경제학 ② — 연애의 사다리: 하는 사람만 하는 나라

연애의 경제학 — AURANIM Original Series

SERIES 02

연애의 사다리 — 하는 사람만 하는 나라

연애, 낭만, 그리고 부동산 — 낭만은 어떻게 아파트 가격이 되었나

지역판 안내: 유튜브 「강도남」에서는 이 가설을 강남·서초·송파와 노원·도봉·강북의 자료로 좁혀 검증한다. 사람의 우열이 아니라, 같은 서울에서 관계와 가족을 생활로 옮기는 비용이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한다.

국가는 연애를 세지 않는다.

누가 누구를 좋아했는지, 몇 번의 데이트 끝에 포기했는지, 마음이 없어서 헤어진 것인지 비용이 버거워 물러난 것인지 통계에는 남지 않는다. 연애에는 신고서가 없기 때문이다.

결혼에는 신고서가 있다. 소득도 기록되고, 집도 기록되고, 아이도 기록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연애 자체가 아니라 연애가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뒤 남긴 그림자다.

이 글은 그 그림자를 본다.

누가 사랑했는지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누가 사랑을 결혼이라는 제도 안으로 옮길 수 있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숫자는 꽤 불편한 대답을 내놓는다.

같은 나이, 다른 탑승권

국가데이터처가 행정자료로 분석한 2022년 25~39세 인구 가운데 배우자가 있는 사람은 33.7%였다. 셋 중 하나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의 연간 중위소득은 4,056만 원이었다. 배우자가 없는 사람은 3,220만 원이었다. 같은 연령대 안에서 836만 원의 차이가 났다.

집에서는 차이가 더 컸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의 주택 소유율은 31.7%, 배우자가 없는 사람은 10.2%였다. 세 배가 넘는다.

25~39세, 2022년 배우자 있음 배우자 없음
연간 중위소득 4,056만 원 3,220만 원
주택 소유율 31.7% 10.2%
25~39세 배우자 유무별 연간 중위소득과 주택 소유율 비교. 배우자 있음은 4,056만 원과 31.7%, 배우자 없음은 3,220만 원과 10.2%.
배우자가 있는 집단의 연간 중위소득은 836만 원 높고, 주택 소유율은 3.1배다. 자료: 국가데이터처, 2022년.

이 숫자를 보고 “돈이 있어야 결혼한다”고 곧장 결론 내리면 안 된다. 결혼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자원이 합쳐졌을 수도 있고, 결혼한 집단의 평균 연령이 더 높을 수도 있다. 집을 산 뒤 결혼한 사람도 있지만 결혼한 뒤 함께 집을 산 사람도 있다. 이 통계는 원인과 결과를 분리해주지 않는다.

대신 더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진입 조건과 진입 이후의 보상이 서로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

안정된 소득과 주거는 결혼에 들어갈 가능성을 높인다. 결혼에 들어간 두 사람은 소득과 자산을 합칠 수 있다. 합쳐진 자원은 다시 주택 구입과 자산 축적을 쉽게 만든다. 처음에는 작은 차이였던 것이 결혼을 통과한 뒤 더 큰 차이가 된다.

연애의 사다리는 결혼 앞에서 끝나지 않는다. 결혼한 사람의 발밑에 다음 계단을 놓는다.

남자에게는 입장권, 여자에게는 위험계약

숫자를 성별로 나누면 구조가 더 선명해진다.

배우자가 있는 남성의 연간 중위소득은 5,099만 원이었다. 배우자가 없는 남성은 3,429만 원이었다. 차이는 1,670만 원이다. 주택 소유율도 각각 42.1%와 10.8%였다.

남성에게 소득과 집은 여전히 결혼 시장의 강한 입장권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성의 숫자는 반대 방향이다.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연간 중위소득은 2,811만 원, 배우자가 없는 여성은 3,013만 원이었다. 결혼한 여성 쪽이 오히려 낮다. 주택 소유율은 배우자가 있는 여성이 24.1%, 없는 여성이 9.5%였다.

25~39세 성별·배우자 유무별 연간 중위소득과 주택 소유율. 배우자가 있는 남성은 중위소득 5,099만 원, 없는 남성은 3,429만 원이며 여성은 각각 2,811만 원과 3,013만 원.
남성은 배우자가 있는 집단의 소득이 1,670만 원 높지만, 여성은 202만 원 낮다. 주택 소유율은 남녀 모두 배우자가 있는 집단에서 높다. 자료: 국가데이터처, 2022년.

이 차이를 “남자는 능력이 있어야 결혼하고, 여자는 그렇지 않다”는 낡은 문장으로 읽으면 구조를 놓친다. 같은 결혼이 남녀에게 서로 다른 가격으로 청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에게는 안정된 소득을 증명하라는 요구가 강하게 남아 있다. 여성에게는 결혼 이후 가사와 돌봄, 출산으로 경력이 끊길 수 있다는 위험이 붙는다. 한쪽은 부양 능력을 선불로 심사받고, 다른 한쪽은 미래 소득의 손실 가능성을 계약서에 올린다.

2024년 사회조사에서 국민 열 명 중 일곱은 부부가 가사를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공평하게 분담한다고 답한 비율은 열 명 중 두 명 수준이었다. 생각은 바뀌었는데 생활의 배분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므로 여성의 소득 숫자가 낮아지는 것은 결혼이 여성에게 유리하다는 증거가 아니다. 남성의 숫자가 높아지는 것도 남성이 결혼의 수혜자라는 뜻이 아니다. 두 숫자는 오래된 성별 계약이 아직 해지되지 않았음을 서로 다른 방향에서 보여준다.

남자는 준비될 때까지 미룬다. 여자는 잃지 않을 수 있을 때까지 계산한다.

마음의 문제가 아니다. 위험의 가격이 다르다.

사다리의 첫 칸은 자기 방이다

연애의 비용이라고 하면 우리는 식사값과 선물값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더 비싼 비용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약속을 잡을 시간, 퇴근 뒤 누군가를 만날 체력,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정서적 여유, 둘이 머물 사적인 공간. 관계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것은 돈만이 아니라 돈으로 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다.

2022년 배우자가 없는 25~39세 가운데 부모와 함께 사는 사람은 50.6%였다. 절반이 넘는다. 부모와 동거하는 미혼 청년의 연간 중위소득은 2,932만 원, 따로 사는 미혼 청년은 3,553만 원이었다. 주택 소유율은 각각 6.5%와 14.1%였다.

부모와 산다고 연애를 못 한다는 뜻은 아니다.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고, 돌봄의 결과일 수도 있다. 다만 독립된 공간을 얻는 비용이 커질수록 연애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사생활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하다.

사다리의 첫 칸은 강남 아파트가 아니다.

문을 닫을 수 있는 자기 방이다.

그다음 칸에는 안정된 일자리가 있다. 그 위에는 데이트 비용을 감당할 가처분소득이 있고, 실패해도 다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마지막에는 결혼식과 주거비가 기다린다.

이 계단 가운데 하나가 없다고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계단이 많이 끊긴 사람일수록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고 제도로 옮기는 일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여기서 말하는 ‘연애의 사다리’는 매력의 순위가 아니다.

사랑을 지속 가능한 생활로 바꿀 수 있는 자원의 순서다.

끼리끼리는 취향이 아니라 복리다

사람은 원래 비슷한 사람에게 끌린다. 학력이 비슷하고, 대화가 통하고, 생활 리듬이 맞는 사람을 만난다. 문제는 오늘의 ‘비슷함’에 소득과 자산이 강하게 포개져 있다는 데 있다.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같은 시간표를 가진 사람을 만나기 쉽다. 서울에 집이나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은 비슷한 선택지가 있는 사람과 관계를 이어가기 쉽다. 부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결혼을 결정할 때 실패의 위험을 덜 크게 느낀다.

그리고 두 사람이 만나면 자원은 더 빨리 불어난다.

2024년 신혼부부 통계를 보면 맞벌이 부부는 59.7%였다. 부부의 평균 연소득은 7,629만 원이었고, 42.7%가 주택을 소유했다. 동시에 86.9%는 대출을 가지고 있었다. 결혼한 두 사람은 사랑의 공동체이면서 하나의 경제 단위가 된다. 소득을 합치고, 빚을 함께 감당하고, 주거 사다리를 함께 오른다.

혼자일 때의 격차는 둘이 되는 순간 복리로 움직인다.

이것이 ‘끼리끼리’의 경제학이다. 부유한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문을 잠갔다는 뜻이 아니다. 만남의 경로와 생활의 조건,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이 비슷한 사람들을 같은 객실로 모은다는 뜻이다.

선택처럼 보이지만, 선택지의 배분은 이미 달랐다.

한국에서는 결혼 문이 곧 출산 문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돈과 집은 연애와 가족 형성에 영향을 준다. 차이는 결혼이라는 문을 통과하지 못했을 때 출산으로 이어지는 다른 통로가 얼마나 열려 있느냐에 있다.

OECD Family Database의 2023년 또는 최근 연도 자료를 보면 혼인 외 출생 비율은 OECD 평균 43.2%, 프랑스 58.5%, 스웨덴 57.4%였다. 한국은 3.9%, 튀르키예는 3.1%, 일본은 2.4%였다. 프랑스와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는 결혼이 출산의 필수 입장권이 아니다.

한국은 일본, 튀르키예와 함께 혼인 외 출생이 극히 드문 나라다. 한국에서는 결혼을 미루는 일이 대체로 출산을 미루는 일이 되고, 결혼에서 탈락하는 일이 출산의 가능성까지 크게 낮춘다.

혼인 외 출생 비율 국제 비교. 프랑스 58.5%, 스웨덴 57.4%, OECD 평균 43.2%, 한국 3.9%, 튀르키예 3.1%, 일본 2.4%.
혼인 외 출생 비율은 한국 3.9%, OECD 평균 43.2%다. 한국에서는 결혼이라는 관문이 출산과 훨씬 강하게 결합돼 있다. 자료: OECD Family Database SF2.4, 2023년 또는 최근 연도.

그래서 같은 연애의 편중이라도 한국에서는 결과가 더 크다.

연애의 사다리가 끊기면 결혼 인구가 줄고, 결혼 인구가 줄면 출산 가능한 집단 자체가 작아진다. 한국의 저출산은 아이를 적게 낳는 문제이기 전에,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관계가 좁아지는 문제이기도 하다.

OECD가 인용한 국내 조사에서 19~34세 미혼 남성의 41%, 여성의 26%는 결혼을 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경제적 제약을 꼽았다. 청년의 51.2%는 결혼하려면 집을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도권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2012년 6.7배에서 2021년 10.1배로 높아졌다.

사회조사에서도 결혼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결혼자금 부족’ 31.3%였다.

사랑이 사라진 자리에 집이 들어온 것이 아니다.

사랑이 결혼과 출산으로 이동하려면 집이라는 통행료를 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반등한 것은 사랑일까, 통과자 수일까

지난 화의 마지막에 2025년 혼인 건수의 반등을 물었다.

낭만이 돌아온 것일까. 아니면 검증을 통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찾아낸 것일까.

지금의 통계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다. 혼인 건수의 증가는 문을 통과한 사람의 수를 보여줄 뿐, 문턱이 낮아졌는지까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미뤄졌던 결혼이 한꺼번에 이루어졌을 수도 있고, 인구 구조와 정책, 경기의 변화가 함께 작용했을 수도 있다. 2025년의 신혼부부 소득·자산 행정통계가 충분히 쌓이기 전에는 반등의 얼굴을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수와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같지 않다.

사람은 여전히 사랑한다. 돈이 없는 사람도 만나고, 집이 없는 사람도 고백하고, 계산에 실패하면서도 관계를 시작한다. 다만 그 사랑을 오래 유지하고 결혼이라는 제도 안으로 옮겨 생활로 만드는 능력은 점점 더 불균등하게 배분되고 있다.

‘하는 사람만 하는 나라’에서 ‘하는 사람’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사랑이 비용을 견디고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다.

다만 이 전국 통계를 강남·서초·송파와 노원·도봉·강북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배우자 유무에 따른 소득과 주택 소유의 차이는 전국 행정통계이고, 자치구별 ‘연애율’이라는 숫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역의 차이는 별도의 자료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다음 질문은 주소로 좁혀진다.

주택의 입장료가 크게 다른 두 서울에서, 결혼과 출산 이후 가족이 남는 속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연애의 편중은 다음 단계에서 주소를 갖는다. 그러나 볼 것은 ‘어디가 아이를 더 낳았나’만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인구가 어느 생활권에서 얼마나 오래 남았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전국 평균은 낮아지는데, 어떤 동네에서는 유소년인구가 더 빠르게 줄고 다른 동네에서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줄었다.

아이는 단순히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가족이 남을 수 있는 도시의 조건이 달라진 것일까.

다음 화 — 아이들은 어디로 갔나: 소멸하는 나라, 과밀한 동네


Sources

주: 소득·주택 소유·배우자 유무의 관계는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행정통계이며, 그 자체로 인과관계를 확정하지 않는다. 본문은 이 한계를 전제로 관계 진입과 자산 형성이 서로 강화되는 구조를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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