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의 주가 ③ — 마곡, 한 줄기의 낙수와 너무 많은 컵 (3부작 완결)

「점심의 주가」는 「맛집의 경제학」의 코너 속 코너다. 본 연재가 아파트의 지도 — 밤의 부동산 — 와 맛집의 지도를 겹쳐 읽는다면, 이 코너는 그 사이에 놓인 나머지 절반, 낮의 부동산을 읽는다. 기업의 돈은 어떤 배관을 타고 회사 앞 식탁까지 오는가. 그 배관은 어디서 뚫려 있고(여의도), 어디서 잠기고(판교), 어디서 새는가 — 마지막 종목, 마곡이다.

같은 블록의 두 1층

이 코너의 편집자는 마곡으로 출근한다. 그래서 이 동네의 점심은 취재가 아니라 일상이다. 매일 걷는 길에 이상한 풍경이 하나 있다. 어떤 건물 1층 식당 앞에는 열두 시마다 줄이 서고, 길 하나 건너 다른 건물 1층에는 몇 년째 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임대문의. 유리창 너머는 골조가 드러난 빈 공간이고, 그 옆 부동산 사무실만 불이 켜져 있다.

수요가 없어서라고 하기엔 이 동네의 낮 인구가 너무 확실하다. 길 끝의 LG사이언스파크는 축구장 152개 연면적에 여덟 개 계열사, 연구 인력 2만여 명이 상주하는 국내 최대 R&D 단지다. 2018년부터 있었다. 여의도가 부러워할 확정 수요를 옆에 두고, 왜 이 동네의 1층은 채워지지 않았을까.

숫자부터 — 5%의 골목

올해 봄의 현장 보도가 이 풍경을 수치로 남겼다.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의 한 분양형 상가 — 지하 2층부터 지상 2층까지 약 220개 점포 — 의 입점률은 5% 미만. 1층에서 영업 중인 점포가 열 곳이 안 됐다. 새 이야기도 아니다. 2020년 보도에는 마곡중앙광장 상가가 3년째 대부분 공실이라는 기록과, 이 동네에서 음식점을 하다 한 해 3,500만~4,000만 원의 적자를 냈다는 자영업자의 증언이 남아 있다.

마곡 분양형 상가 220개 점포 중 입점 10곳 미만 — 입점률 5% 미만을 220칸 그리드로 시각화

정리하면 이 동네는 8년째 이런 상태다. 낮 인구 2만의 확정 수요, 그러나 골목의 입점률 5%. 여의도의 배관은 뚫려 있었고 판교의 밸브는 잠겨 있었다면, 마곡의 배관은 — 물은 콸콸 오는데 — 어딘가에서 새고 있다. 어디서 새는가.

누수 지점 ① — 컵이 너무 많다

첫 번째 누수는 분모다. 마곡은 계획도시다. 오피스와 함께 상업시설이 대량으로, 그것도 한꺼번에 분양됐다. 낙수 효과라는 말은 물이 흘러넘쳐 아래 컵을 채우는 그림인데, 이 동네는 물이 차오르기 전에 컵부터 수천 개를 깔았다. 2만 명의 점심을 나눠 담는 컵이 많아질수록 컵 하나에 담기는 몫은 줄어든다. 판교의 문제가 담장이라면 마곡의 첫 문제는 산수다 — 낙수는 분자(법인카드)가 아니라 분모(상가 수)의 게임이다.

누수 지점 ② — 수도꼭지가 굳었다

그래도 시장이라면 조정이 일어나야 한다. 공실이 늘면 임대료가 내리고, 임대료가 내리면 가게가 들어온다. 마곡에서는 이 조정이 작동하지 않았다. 두 개의 자물쇠 때문이다.

하나는 분양가다. 이 상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높은 분양가에 하나씩 사들인 물건이다. 분양가에 기대수익률 4~5%를 곱하면 임대료의 하한선이 나온다 — 현장 보도 기준 1층 3.3㎡당 33만~38만 원. 임대료를 그 밑으로 내리는 순간 자신의 상가 가치가 분양가 아래로 떨어졌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되니, 수분양자는 내리지 못한다. 다른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임차인 보호 제도다. 2018년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으로 계약갱신요구권이 10년으로 늘고 인상률은 연 5%로 묶였다. 한번 싸게 계약하면 10년간 발이 묶인다 — 그래서 임대인은 차라리 비워 둔다. 보호법이 임대료의 하방 경직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판교와의 대비가 여기서 선명해진다. 판교의 상업 공간은 상당 부분 법인이 통째로 소유하고 운영한다. 마곡의 골목은 수천 명의 개인 수분양자로 쪼개져 있다. 같은 공실이라도 판교는 경영의 문제고, 마곡은 구조의 문제다. 경영은 결정 하나로 바뀌지만, 수천 명의 손실 회피는 결정할 주체가 없다.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공정하게 쓰자면, 이 이야기의 방향은 지금 바뀌는 중이다. 지난해부터 마곡의 대형 오피스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를 무기로 기업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고, 연말 보도 기준 한 대형 복합시설의 리테일 임대율은 95%를 넘었다. 마곡역 일부 식당 앞에는 대기 줄이 등장했다. 이 연재의 검색 데이터도 같은 방향이다 — ‘마곡 맛집’ 검색 관심도는 2018~19년 평균 16.4에서 입주가 차오른 최근 2년 27.7로 올라왔다. 분자가 커지니 배관에 물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회복은 선별적이다. 물은 법인이 운영하는 대형 몰부터 채우고, 개인 분양 상가의 골목은 여전히 하한선에 묶여 마지막까지 마른다. 같은 동네 안에서 웨이팅과 임대문의가 공존하는 — 편집자가 매일 걷는 — 그 풍경의 정체가 이것이다.

3부작의 결산 — 점심의 주가 3법칙

이로써 이 코너가 세 동네에서 확인한 것을 한자리에 놓을 수 있다. 기업의 돈이 회사 앞 식탁에 닿으려면 세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첫째, 여의도의 법칙 — 돈은 문화를 타고 나온다. 시황이 좋아도 그 돈이 회식과 법인카드로 골목에 나오는 산업이어야 한다. 둘째, 판교의 법칙 — 돈은 몸을 타고 온다. 재택과 담장(구내식당)은 주가와 무관하게 배관을 잠근다. 셋째, 마곡의 법칙 — 돈은 구조를 타고 퍼진다. 컵의 수(상가 총량)와 수도꼭지의 경직(분양가·제도)이 낙수의 도달 여부를 정한다. 세 법칙 어디에도 주가 자체는 없다. 주가는 이 세 관문의 맨 앞에 있는 소문일 뿐이다.

그러니 기업 도시에서 가게 자리를 보는 사람이라면, 질문 순서는 이렇게 된다. 이 동네 상가는 누가 소유하는가(법인 일괄인가, 개인 분양인가). 낮 인구 대비 상가 총량은 얼마인가. 임대료는 시장가인가, 분양가의 그림자인가. 이 세 질문 다음에야 — 맨 마지막에야 — 그 회사의 실적표를 볼 차례다.

마곡의 점심은 LG의 실적표를 받아 적지 않았다. 실적표가 아무리 좋아도, 그 숫자는 수천 개의 빈 컵과 굳은 수도꼭지를 통과하며 몇 방울로 줄어든다. 편집자는 내일도 그 두 개의 1층 사이를 걸어 출근할 것이다 — 한쪽의 줄과 한쪽의 현수막이, 이 코너가 쓴 어떤 문장보다 정확한 요약이다.


참고 자료
LG 공식 — LG사이언스파크(2018 개장, 연구 인력 2만여 명, 8개 계열사, 국내 최대 R&D 단지) / 헤럴드경제 「제2의 판교?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분양형 상가 황금 입지에도 텅텅」(2025.3: 220개 점포 입점률 5% 미만, 1층 3.3㎡당 33만~38만 원, 기대수익률 4~5%) / 서울경제TV 「마곡상가의 눈물 — 임대차보호법 부메랑」(2020.1: 마곡중앙광장 3년 공실, 자영업 연 적자 3,500만~4,000만 원, 10년 갱신권·5% 상한과 하방 경직) / 오피니언뉴스 「기업 이전으로 사람 모으는 마곡」(2025.12: 원그로브 리테일 임대율 95%, 마곡역 대기 줄) / 아시아경제 「’착한 임대료’ 마곡 초대형 오피스에 터 잡는 기업들」(2025.2) / Google Trends ‘마곡 맛집'(본 연재 특별편 ③). 수치는 보도 시점 기준이며, 이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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