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의 주가」는 「맛집의 경제학」의 코너 속 코너다. 본 연재가 아파트의 지도 — 밤의 부동산 — 와 맛집의 지도를 겹쳐 읽는다면, 이 코너는 그 사이에 놓인 나머지 절반, 낮의 부동산을 읽는다. 기업의 돈은 어떤 배관을 타고 회사 앞 식탁까지 오는가. 그 배관은 어디서 뚫려 있고(여의도), 어디서 잠기고(판교), 어디서 새는가 — 마지막 종목, 마곡이다.
같은 블록의 두 1층
이 코너의 편집자는 마곡으로 출근한다. 그래서 이 동네의 점심은 취재가 아니라 일상이다. 매일 걷는 길에 이상한 풍경이 하나 있다. 어떤 건물 1층 식당 앞에는 열두 시마다 줄이 서고, 길 하나 건너 다른 건물 1층에는 몇 년째 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임대문의. 유리창 너머는 골조가 드러난 빈 공간이고, 그 옆 부동산 사무실만 불이 켜져 있다.
수요가 없어서라고 하기엔 이 동네의 낮 인구가 너무 확실하다. 길 끝의 LG사이언스파크는 축구장 152개 연면적에 여덟 개 계열사, 연구 인력 2만여 명이 상주하는 국내 최대 R&D 단지다. 2018년부터 있었다. 여의도가 부러워할 확정 수요를 옆에 두고, 왜 이 동네의 1층은 채워지지 않았을까.
숫자부터 — 한 분양형 상가의 5%
2025년 봄 현장 보도는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안의 특정 분양형 상가 한 곳을 다뤘다. 지하 2층부터 지상 2층까지 약 220개로 잘게 나뉜 점포 가운데 입점률이 5% 미만이라는 내용이다. 이 수치를 마곡 전체 상권의 입점률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2020년의 마곡중앙광장 공실 보도와 함께 보면, 적어도 일부 분양형 상가에서 장기 공실이 반복됐다는 사례가 된다.

정리하면 마곡 전체가 8년째 입점률 5%인 것이 아니다. 2만 명 규모의 연구 인력이 있는 LG사이언스파크 주변에서도 건물·소유 방식·동선에 따라 웨이팅과 공실이 함께 나타난다. 질문은 ‘마곡 수요가 왜 5%밖에 안 되는가’가 아니라 같은 배후수요가 왜 어떤 상가에는 닿고 다른 상가에는 닿지 않는가다.
조건 ① — 상가 공급과 동선
첫 번째 조건은 상가 공급량이다. 계획도시에서 오피스와 상업시설이 한꺼번에 공급되면 같은 점심 수요를 많은 점포가 나눠 갖는다. 그러나 ‘2만 명÷상가 수’만으로 매출을 계산할 수는 없다. 구내식당, 역과 사옥 출입구, 업종 구성, 저녁·주말 수요가 각 점포의 몫을 크게 바꾼다. 낮 인구는 분자이고 상가 수와 동선은 분모라는 정도가 이 자료가 지지하는 결론이다.
조건 ② — 임대료 조정과 소유 구조
공실이 늘면 임대료가 내려가는 조정이 예상되지만 개별 소유자의 대출·분양가·기대수익률과 장기 계약에 대한 판단 때문에 속도가 느릴 수 있다. 마곡의 일부 분양형 상가 보도는 이런 하방 경직 가능성을 지적한다.
현장 보도는 높은 분양가와 기대수익률이 임대료 요구 수준을 지탱한다고 설명했다. 또 2020년 보도는 10년 계약갱신요구권과 연 5% 인상 상한이 임대인의 저가 계약 회피 심리를 키울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것은 보도에 등장한 임대인·중개업계의 가설이지,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공실을 만들었다는 인과 증명은 아니다. 보호 제도는 임차인의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으므로 실제 공실 원인은 분양가·대출·수요·점포 분할과 함께 봐야 한다.
소유 구조의 차이도 조정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통합 소유·운영 시설은 임대료와 업종 구성을 한 주체가 조정하기 쉽고, 여러 개인에게 분산 분양된 상가는 공동 대응이 느릴 수 있다. 다만 판교 전체가 법인 일괄 소유이고 마곡 전체가 개인 분양이라는 구분은 사실이 아니다. 비교 단위는 도시가 아니라 통합 운영 시설과 분산 소유 상가다.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마곡의 회복도 시설별로 다르다. 2025년 말 보도에서 한 대형 복합시설의 리테일 임대율이 95%를 넘었고 일부 식당에 대기가 생겼다. ‘마곡 맛집’ 검색 관심도도 장기 상승했지만, 이 두 수치가 같은 시설의 실제 매출을 뜻하지는 않는다. 기업 입주와 상권 성숙이 수요를 늘리는 가운데 통합 운영 시설부터 채워질 수 있다는 가설로 읽는다.
다만 회복은 선별적이다. 물은 법인이 운영하는 대형 몰부터 채우고, 개인 분양 상가의 골목은 여전히 하한선에 묶여 마지막까지 마른다. 같은 동네 안에서 웨이팅과 임대문의가 공존하는 — 편집자가 매일 걷는 — 그 풍경의 정체가 이것이다.
3부작의 결산 — 점심을 움직이는 세 조건
이로써 이 코너가 세 동네에서 확인한 것을 한자리에 놓을 수 있다. 기업의 돈이 회사 앞 식탁에 닿으려면 세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3부작의 결론은 법칙보다 세 가지 조건에 가깝다. 첫째, 기업 실적이 성과급·식대·회식으로 번역되는 보상 구조. 둘째, 직원이 실제로 오고 외부에서 먹게 하는 출근율과 구내식당. 셋째, 낮 인구를 점포별 매출로 나누는 상가 공급·동선·소유 구조다. 주가는 이 조건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간접 지표이며 골목 매출의 직접 대리변수가 아니다.
기업 도시에서 가게 자리를 볼 때는 낮 인구 대비 상가 총량, 사옥 출입구와 역의 동선, 구내식당, 통합 운영인지 분산 소유인지, 실제 임대료와 공실 기간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그다음 고용·실적·주가가 이 변수들을 바꿀 가능성을 본다.
마곡의 점심은 LG의 실적표를 그대로 받아 적지 않는다. 고용 수요는 구내식당과 동선, 상가 공급과 임대 조건을 통과한 뒤에야 개별 식당 매출이 된다. 같은 블록의 줄과 임대문의가 공존하는 풍경은 주가보다 이 중간 구조를 먼저 보라는 결론에 가깝다.
참고 자료
LG 공식 — LG사이언스파크(2018 개장, 연구 인력 2만여 명, 8개 계열사, 국내 최대 R&D 단지) / 헤럴드경제 「제2의 판교?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분양형 상가 황금 입지에도 텅텅」(2025.3: 220개 점포 입점률 5% 미만, 1층 3.3㎡당 33만~38만 원, 기대수익률 4~5%) / 서울경제TV 「마곡상가의 눈물 — 임대차보호법 부메랑」(2020.1: 마곡중앙광장 3년 공실, 자영업 연 적자 3,500만~4,000만 원, 10년 갱신권·5% 상한과 하방 경직) / 오피니언뉴스 「기업 이전으로 사람 모으는 마곡」(2025.12: 원그로브 리테일 임대율 95%, 마곡역 대기 줄) / 아시아경제 「’착한 임대료’ 마곡 초대형 오피스에 터 잡는 기업들」(2025.2) / Google Trends ‘마곡 맛집'(본 연재 특별편 ③). 수치는 보도 시점 기준이며, 이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