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경제학 ③ — 아이들은 어디로 갔나

연애의 경제학 — AURANIM Original Series

SERIES 03

아이들은 어디에 남았나 — 출산율은 비슷했고, 감소 속도는 달랐다

연애, 낭만, 그리고 부동산 — 낭만은 어떻게 아파트 가격이 되었나

연재 안내 — 전 4화
① 낭만의 소멸 — 관계가 시작되기 전에 심사가 생긴 과정
② 연애의 사다리 — 소득·고용·자산에 따른 연애와 혼인의 편중
③ 아이들은 어디에 남았나 — 같은 출산율 아래, 유소년인구가 줄어드는 서로 다른 속도
④ 낭만의 가격 — 학군·주거 이동·자산 가격을 거쳐 고리가 닫히는 과정

지역판 안내: 유튜브 「강도남」에서는 강남·서초·송파와 노원·도봉·강북을 한 묶음씩 놓고 본다. 사람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서울에서 아이와 가족이 생활권을 유지하는 조건과 가격을 비교한다.

연재를 이어가며

먼저 이 연재의 문장을 하나 고쳐 쓰려 한다.

‘낭만이 사라졌다’는 말은 사랑이 없어졌다는 뜻이 아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설레고, 고백하고, 헤어진 뒤 친구에게 같은 이야기를 세 번 한다. 사랑은 건재하다. 다만 사랑을 시작하고 생활로 옮기는 조건이 달라졌다.

검증 없이 만날 수 있었던 관계는 프로필과 보증을 요구하게 됐다. 둘이 시간을 보내는 일에는 비용이 붙었고, 결혼은 소득과 주거를 확인하는 장기계약이 됐다. 낭만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낭만을 가능하게 하던 시간과 공간이 시장에서 구매해야 하는 자원으로 바뀐 것이다.

1화가 관계의 변화를, 2화가 그 변화가 만든 연애와 혼인의 편중을 다뤘다면 이번 화는 그다음 정거장으로 간다.

관계의 격차는 어디에서 주소를 얻는가.

연애행 열차에서 내린 뒤

연애행 열차에서 서울역에 내린 사람들은 그곳에서 멈추지 않았다.

둘이 살 때는 회사와 가까운 집이면 충분했다. 연애할 때 지도 앱은 맛집을 찾는 데 썼다. 아이가 생기자 지도 위에 전혀 다른 점들이 찍히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소아과, 부모님 댁, 초등학교, 학원가. 지도 앱이 갑자기 도시계획 교과서가 된다.

부모는 아이가 생기는 순간 도시계획가가 된다.

역세권만 보던 부부가 학세권과 병세권을 말하고, 마침내 ‘조부모 30분권’이라는 비공식 노선까지 그린다. 사치라서만은 아니다. 맞벌이 부부에게 가까운 어린이집은 출근 가능성이고, 아픈 아이를 맡길 가족은 경력 유지 장치이며, 걸어서 갈 수 있는 학교는 매일의 돌봄 시간을 줄여주는 기반시설이다.

그 점들이 촘촘한 곳일수록 가족이 남거나 들어올 가능성이 커진다.

가족이 모인 자리에 주거 수요가 생긴다.

그리고 시장은 그 수요를 놓치지 않는다. 시장은 사랑에는 관심이 없어도, 사랑이 어느 우편번호로 이사하는지는 아주 잘 본다.

아이들은 줄었다. 그러나 같은 속도로 줄지 않았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출생통계 잠정치에 따르면 2025년 출생아는 25만 4,457명으로 전년보다 6.8% 늘었다. 2023년 23만 28명을 저점으로 2024년 23만 8,317명에 이어 두 해 연속 반등했다.

반가운 변화다. 다만 장기 추세를 끝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1995년 출생아는 약 71만 5천 명이었다. 2025년은 그때보다 64.4% 적다. 최근의 반등을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반등만 보고 30년의 하락을 지워서도 안 된다.

1995년 71.5만 명에서 2023년 23만 명으로 감소한 뒤 2025년 25.4만 명으로 반등한 출생아 수 비교
2025년 출생아 수는 2년 연속 늘었지만 1995년과 비교하면 64.4% 적다. 2025년 수치는 잠정치. 자료: 국가데이터처.

대한민국은 평균을 좋아한다. 평균 출산율, 평균 학생 수, 평균 학급당 인원. 평균은 나라 전체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알려준다.

그러나 평균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평균은 주소를 묻지 않는다.

강남이 아이를 더 낳았을까

이 질문부터 숫자는 예상과 다르게 답한다.

국가데이터처의 2023년 출생통계를 보면 강남구의 합계출산율은 0.56명, 서초구 0.55명, 송파구 0.54명이었다. 노원구는 0.67명, 도봉구 0.52명, 강북구 0.48명이었다.

2023년 출생아 수 합계출산율
강남구 2,296명 0.56명
서초구 1,687명 0.55명
송파구 2,968명 0.54명
노원구 2,091명 0.67명
도봉구 971명 0.52명
강북구 826명 0.48명

세 구의 수치를 단순평균하면 강남 3구는 0.55명, 동북 3구는 약 0.56명이다. 인구 규모를 반영하지 않은 참고용 평균이지만, 적어도 “비싼 동네가 아이를 더 많이 낳는다”는 문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강남 서초 송파와 노원 도봉 강북의 2023년 합계출산율 비교
강남 3구와 동북 3구의 합계출산율은 거의 같았다. 세 구 단순평균 기준이며, 인구가중 평균이 아니다. 자료: 국가데이터처 「2023년 출생통계」.

출생아 수는 강남 3구가 6,951명, 동북 3구가 3,888명이었다. 하지만 이 차이도 ‘출산 의지’로 읽으면 안 된다. 출생아 수에는 전체 인구, 가임기 여성의 수, 연령 구조가 함께 들어 있다. 출산율과 출생아 수는 서로 다른 질문이다.

강남의 핵심은 더 많이 낳는 데 있지 않았다.

비슷한 수준으로 낳아도, 아이를 키우는 인구가 남는 정도가 달랐다는 데 있었다.

같은 출산율, 다른 감소 속도

서울연구원의 도시모니터링에 따르면 서울의 0~14세 유소년인구는 2015년부터 2023년 사이 모든 자치구에서 줄었다. 그러나 감소 폭은 같지 않았다.

강북구는 41.2%, 도봉구는 38.2%, 노원구는 36.7% 감소해 서울에서 감소 폭이 큰 지역에 들었다. 반면 강남구는 13.4%, 송파구는 17.1% 감소해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작았다. 공개 요약에는 서초구의 정확한 유소년인구 감소율이 제시되지 않아 이 비교에서 수치를 억지로 채우지 않았다.

2015→2023년 유소년인구 감소율
강남구 -13.4%
송파구 -17.1%
노원구 -36.7%
도봉구 -38.2%
강북구 -41.2%

이 숫자만으로 “동북 3구의 아이가 강남 3구로 이동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출생, 성장에 따른 연령대 이탈, 자치구 밖 전출, 재개발과 입주 물량이 모두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동 방향을 말하려면 연령별 전입·전출 자료가 더 필요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같은 저출산의 충격도 모든 생활권을 같은 속도로 비우지는 않았다. 출산율의 차이보다 아이와 가족이 남아 있을 수 있는 도시 조건의 차이가 더 크게 보였다.

부모가 사는 것은 집이 아니라 실패 확률이다

그렇다면 부모는 왜 모이는가.

흔히 “교육열 때문”이라는 한마디로 끝낸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 짧다. 아이를 키우는 가족이 찾는 것은 학교 하나가 아니라 묶음 상품이다.

  • 안정된 일자리와 통근 시간
  • 어린이집과 돌봄 서비스
  • 소아과와 응급의료 접근성
  • 부모나 친척의 도움
  • 안전한 보행 환경과 공원
  • 학교와 방과 후 교육
  • 비슷한 생활 리듬을 가진 이웃

이 가운데 하나만 빠져도 가족의 하루는 훨씬 불안정해진다. 아이가 열이 나면 회사에서 누가 나올 것인가. 하원 시간이 퇴근 시간보다 빠르면 누가 그 한 시간을 메울 것인가. 방학 두 달은 어느 달력에 넣어야 하는가.

한국의 부모들이 유난히 계산적이라서가 아니다. 돌봄의 공백이 개인의 경력과 소득 손실로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계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이 좋은 학교 근처의 집을 찾는 행동은 욕망인 동시에 보험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부모가 사는 것은 방 세 개짜리 콘크리트만이 아니다.

돌봄 실패와 교육 불안의 확률을 낮추는 권리다.

과밀학급은 결론이 아니라 다음 검증이다

이 구조는 학교에서 가장 선명해질 수 있다. 다만 여기서도 숫자의 주소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교육부의 2025년 교육기본통계를 보면 전국 초등학생은 2024년 249만 5,005명에서 2025년 234만 5,488명으로 줄었다. 단 1년 사이 14만 9,517명, 약 6.0%가 감소했다. 평균 학급당 학생 수도 20.0명에서 19.3명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의 공약실천계획은 정반대처럼 보이는 문제를 함께 적고 있다. 학생 수 급감과 주택 개발에 따른 인구 편차 때문에 과대·과밀학교와 과소학교가 동시에 심화한다는 것이다. 2022년 서울 초·중·고 1,318개교 가운데 학급당 28명 이상인 과밀학급을 가진 학교는 237개교, 18.0%였다.

전국 초등학생은 2024년에서 2025년 약 15만 명 감소했지만 2022년 서울 학교의 18%는 과밀학급을 보유했다는 비교
전국의 초등학생과 평균 학급당 학생 수는 줄고 있지만, 서울에서는 과밀학급을 가진 학교와 과소학교가 동시에 존재한다. 통계의 기준 연도와 범위가 서로 다르므로 추세와 공간적 불균형을 나란히 보여주는 자료로 읽어야 한다. 자료: 교육부·서울시교육청.

다만 이 서울 전체 수치를 강남 3구의 과밀로 곧장 바꿔 읽으면 안 된다. 학급 과밀은 대규모 입주, 학구 경계, 학교 증설 시차에 영향을 받는다. 강남 3구와 동북 3구를 비교하려면 학교별 학생 수와 학급 수를 같은 연도, 같은 기준으로 다시 집계해야 한다.

그러므로 과밀학급은 이 글의 마지막 증거가 아니라 다음 검증 과제다.

저출산 시대에 어떤 학교는 빈 교실을 걱정하고, 어떤 학교는 모듈러 교실을 세운다.

숫자가 싸우는 것이 아니다.

주소가 다를 뿐이다.

아이가 남는 생활권에서 집은 ‘입장권’이 된다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자원들이 한 지역에 겹치면 그곳의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게 된다. 집 한 채에 학교, 돌봄, 통근, 의료, 또래 집단에 접근할 권리가 묶인다.

공급이 충분히 늘지 않는 상태에서 그 권리를 원하는 가족이 많아지면 가격에는 프리미엄이 붙기 쉽다. 가격이 오르면 이미 자산을 가진 가족은 남고, 새로 들어오려는 가족은 더 큰 소득과 대출, 부모의 지원을 요구받는다. 2화에서 보았던 연애와 혼인의 사다리가 아이의 주소에서 다시 주거 사다리로 바뀌는 순간이다.

이 과정을 한 줄로 줄이면 이렇다.

만남을 생활로 옮기는 조건이 비싸진다 → 혼인과 출산을 제도 안으로 옮길 수 있는 집단이 좁아진다 → 가족은 일자리·돌봄·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생활권을 선택한다 → 가족 인구가 남는 정도가 달라진다 → 그 접근권이 주택 가격에 붙는다 → 오른 주거비가 다음 세대의 독립과 결혼 비용을 다시 높인다.

고리가 닫히기 시작한다.

다만 여기서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 저출산이 집값 상승의 단일 원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아파트 가격에는 금리, 공급, 재건축, 교통, 규제, 소득, 투자 수요가 함께 작용한다. 학교의 과밀에도 대규모 입주, 학구 경계, 지역별 연령 구조가 영향을 준다.

이 글이 확인한 것은 하나의 원인이 아니라 하나의 전달 경로다.

이것이 이 연재가 저출산과 부동산 사이에서 찾는 연결고리다.

관계의 변화가 가족의 구성에 영향을 주고, 가족이 생활권을 선택하며, 그 선택이 특정 지역의 주거 수요로 번역될 수 있는 경로. 그 경로 위에서 사랑은 감정으로 시작하지만 마침내 주소와 가격을 갖는다.

아이는 같은 속도로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와 가족이 더 오래 남을 수 있었던 주소에는, 가격표가 붙기 쉬웠다.

다음 화 — 낭만의 가격: 사랑은 어떻게 아파트 가격이 되었나


Sources

해석상의 주의: 본문에 사용한 통계는 출생, 유소년인구, 학생, 학교의 서로 다른 단면을 보여준다. 자료의 기준 연도와 공간 단위도 일부 다르다. 특히 유소년인구 감소율만으로 자치구 사이의 이동 방향을 확인할 수 없으며, 서울 전체 과밀학급 통계를 특정 자치구의 결과로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관계의 변화가 특정 지역의 집값을 직접 올렸다는 인과 추정이 아니라, 혼인·출산·생활권 선택·주거 수요가 연결될 수 있는 구조적 경로를 설명하는 근거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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